경찰이 쏜 총에 놀라 도망치던 시민 수십명이 뒤엉켜 넘어졌다. /트위터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지하철역에서 총을 발포하고 여성 승객을 마구 때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가디언,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란 경찰이 역내에서 시위하던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고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을 마구 구타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 영상들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의 총소리가 들리자 승강장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던 시민들이 일제히 출구를 향해 도망간다. 일부 시민이 넘어지면서 수십명이 뒤엉켜 넘어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고, 역내는 순식간에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다만 아직까지 이 총격 사건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헬멧을 착용한 무장 경찰 4명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 한 명을 무차별 폭행하고 있다. /트위터

경찰들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대상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영상도 다수 보였다. 한 영상에는 경찰 여러명이 객차 내부를 순찰하다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영상에는 헬멧까지 착용한 무장 경찰 4명이 곤봉으로 여성 한 명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주변의 시민들이 고함 및 비명을 지르며 만류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13일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일을 계기로 석 달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피의 11월’ 3주년 추모일과 맞물려 시위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피의 11월은 지난 2019년 휘발유 가격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유혈 진압 속에 수백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체포된 사건을 말한다.

이에 당국은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5~16일 이틀 동안에만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로 최소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당국은 시위에 참여한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는 시위 과정에서 1만5000명이 체포되고,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