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구급대원 제이미 에릭슨(왼쪽)과 남편 션 에릭슨/AP연합뉴스

캐나다의 한 구급대원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딸을 구조했는데,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 같은 비극은 지난 15일 앨버타주의 한 고속도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사고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 제이미 에릭슨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10대 소녀를 발견했다. 이 소녀는 심하게 다쳐 외관상으로는 신원을 알아보기가 힘든 상태였다. 제이미는 30분 동안 고군분투하며 이 소녀를 차에서 빼냈다. 제이미는 자신이 구조한 소녀가 인근 병원으로 옮겨질 때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다.

제이미는 근무를 마친 뒤 귀가할 때까지 이날의 사고가 자신에게 닥친 비극임을 알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제이미는 경찰로부터 자신의 소중한 딸 몬태나(17)가 그 사고의 부상자였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됐다.

부상 정도가 심각했던 몬태나는 끝내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보도에 따르면 몬태나는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트럭과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미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딸의 부고를 알리며 자신의 비통한 심경을 털어놨다.

제이미는 “가족, 친구들에게 내 딸 몬태나의 갑작스럽고 끔찍한 죽음을 알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이 슬프다”며 “우리는 슬픔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고통을 느끼고 있고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슬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급대원으로서 최악의 악몽이 현실이 됐다. 사고 당일 나는 차에 갇혀 중상을 입은 환자를 돌봤고, 그녀가 구조될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며 “집에 도착한지 몇 분 뒤 초인종이 울렸다. 내 인생은 영원히 바뀌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내가 방금 돌봤던 중상환자는 내 혈육, 유일한 아이, 딸 몬태나였다”며 “부상이 너무 심해 나는 딸을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제이미는 “딸과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짧아 화가 난다. 17년은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산산조각 난 심정이고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딸의 졸업식과 결혼식을 영원히 볼 수 없다. 딸이 어떻게 자랐을지도 알 수 없다”며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딸을 사랑한다. 우리가 만든 추억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덧붙였다.

제이미는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에릭슨은 “딸은 자신의 장기를 기증했다. 기증된 장기 두 개는 다른 사람에게 이식돼 그들의 생명을 구했다”며 “우리는 딸이 너무 자랑스럽고, 그녀를 아주 많이 그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