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대만군이 방공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28일 대만 일간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군은 지난 24일 발간한 간행물 ‘육군포병계간’에 대만 육군 8군단에 배치된 방공미사일 ‘류서젠(陸射劍)-2′의 발사 장면을 실었다. 이 미사일은 국책 방산 연구기관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이 대만군의 주력 미사일인 ‘톈젠(天劍)-2′를 바탕으로 개량한 최신형이다. 육군포병계간은 “중국군이 대만 외곽 도서에 기존 상륙 작전 외에 야간에 헬기를 이용한 초저공 비행으로 기습 공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톈젠-2 지대공 미사일, 어벤저 단거리 대공미사일을 혼합 배치해 야전 기동부대와 주요 시설을 보호하고 적의 침입 의도를 사전에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개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이후 지속해온 이른바 ‘항중보대(抗中保臺·본토에 대항해 대만을 지키자)’ 기조와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다. 중국군은 지난 8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이어 오는 한편, 대만해협 중간선을 상습적으로 침범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그레그 핸즈 영국 무역장관의 대만 방문에 반발한 중국군이 전투기 26대와 군용기 63대, 군함 4척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항중보대 프레임은 대만 국내 정치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실시한 지방선거에서 차이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은 중국에 우호적인 제1 야당 국민당에 참패했다. 대만 언론들은 항중보대 프레임이 먹히지 않은 데다, 코로나 대응과 민생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을 민진당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다. 차이 총통은 이번 지방선거 패배 직후 민진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중국의 정치적 공세도 거세졌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사설에서 “민진당 당국은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정책을 조정하는 결심을 빨리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막다른 길밖에는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