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각) 어두운 키이우 거리를 걷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 공세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놓고 키이우 시장과 충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시 당국의 정전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하자,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이 ‘정치적 공세’라고 날을 세운 것이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클리치코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시에는 극단적인 사태를 대비해 수백개의 비상 발전 시설과 보호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정치적인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이건 터무니없는 논쟁이다. 난 시에서 할 일들이 있다”고 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 진영이 이해할 수 없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시 당국의 노력을 깎아내리려는 조작 행위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나 외국 협력자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여느 때보다 단결해야 하는데, 여기선 일종의 정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정전으로 어두워진 키이우의 술집에서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지난주 키이우 에너지 시설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이 폭격으로 전기, 난방, 수도, 통신 등 공급이 끊기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야당 당수인 클리치코 시장은 전쟁 발발 이전에도 수도 공급 방식 등 시정 문제를 놓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언쟁을 벌인 적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헤비급 세계 챔피언을 지낸 복서 출신으로, 2014년부터 키이우 시장으로 일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야당인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대표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