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미국 CNN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NN은 이날 ‘한국은 2000억 달러(약 260조원)를 썼지만, 이는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게 할 만큼 충분하진 않았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CNN은 “한국에서 베이비 페어의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며 “이 산업은 축소되고 있고 고객층 역시 줄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올해 3분기(7∼9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9명인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최근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깼다”고 했다.
이어 “이는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크게 못 미치고, 출산율이 떨어진 미국(1.6명), 일본(1.3)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며 “연금 제도를 뒷받침해줄 노동인력의 부족에 직면한 고령화 국가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저출산 문제는 일반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 교육비용 등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지 못하게 하는 경제적 요인에 원인이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이 투입되더라도 이는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16년 동안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이 급락했다”며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CNN은 “그러나 지난 5월 취임 이후 그의 행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거의 내놓지 못했다”고 했다.
CNN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적 요인 외에도 사회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예비 부모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본질적으로는 경제적인 것보다 사회적인 문제가 많다”며 “이는 아무리 많은 돈이 뿌려지든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문제들 중엔 부모가 되기 위한 불문율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한국에서 결혼한 부모들이 아기를 갖는 것은 요구되는 일이지만, 사회는 여전히 한부모 가정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고 했다. 또 “체외수정 등 보조생식술도 비혼 여성에게는 거의 시술되지 않는다”고 했다.
CNN은 “전통적이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커플들도 차별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은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결혼하지 않은 커플들이 아이를 입양하는 것도 어렵다”고 전했다.
매체는 출산‧육아, 가사노동이 여전히 여성에게 더 많은 부담으로 남아있으며, 남성들이 육아에 더 관여하고 싶어하더라도 한국의 기업 문화가 이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국에서는 사무실 문이 닫혀도 업무가 끝나지 않는다”며 “퇴근 후 ‘팀 빌딩’(team-building) 문화가 있는데 여기에 참석하지 않으면 눈치를 받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