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하던 홍콩인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국 외교관들이 수사를 받지 않고 귀국했다고 BBC 등이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16일 주(駐)맨체스터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反中) 시위 중이던 홍콩 남성 밥 찬을 영사관 안으로 끌고 가 폭행한 혐의를 받는 정시위안(郑曦原) 총영사 등 중국 외교관 6명이 영국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국 외무부가 “외교관 면책 특권을 포기하고 경찰 조사를 받아라”며 그 기한을 이번 주까지로 통보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중국 정부가 해당 외교관들을 귀국 조치한 건 영국과 관계에서 분쟁을 더 격화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수사를 받지 않고 계속 버티다 ‘외교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그라타)’로 지정돼 추방되는 상황을 피했다는 것이다.
클리버리 장관도 중국 외교관들에 대한 체포나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지만, 범죄와 연루된 이들이 영국에 남지 않고 귀국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세계무대에서 법치주의를 준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영국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정시위안 총영사 등은 임기를 마치고 정상적인 순환 인사에 따라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국은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폭력 시위대 편을 들면서 사실상 피해자인 영사관 직원들을 고발했다”며, “중국 영사관 직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제법상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