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대학 교수 이스마일 마샬이 탈레반의 여성 교육 금지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TV 뉴스 생방송 도중 자신의 졸업장을 찢고 있다. /톨로뉴스

아프가니스탄의 한 대학교수가 탈레반의 여성 고등교육 금지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뉴스 생방송 도중 자신의 졸업장을 찢어버렸다고 29일(현지 시각)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마샬 대학의 설립자이자 카불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이스마일 마샬 교수는 지난 26일 아프간 톨로 뉴스에 출연해 “오늘부터 이 나라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더는 이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다”며 졸업장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누나와 어머니가 공부할 수 없다면, 이 나라의 교육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마샬 교수의 영상은 영국 아프간 난민 재정착 부서의 정책 고문인 샤브남 나시미가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화제가 됐다. 나시미는 트위터에 “카불의 대학교수가 생방송에서 그의 졸업장을 찢어버리는 놀라운 장면”이라고 썼다.

탈레반은 지난 20일 모든 여학생의 고등 교육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의 등교를 막은 데 이어, 대학에서도 여학생들의 교육권을 박탈한 것이다. 이에 가부장적인 아프간 사회에서 이례적으로 남성들까지 거리에 나서 여성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유유럽방송(RFE)은 마샬 교수뿐 아니라 수백명의 남성 교수와 학생들이 탈레반의 조치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교수들은 대학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 낭가하르주의 한 의과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전면 거부하고 여성의 고등 교육을 허용할 때까지 시험을 치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남부 칸다하르주에서도 네카대 남학생 600명이 여성 대학 교육 금지령에 항의하기 위해 일제히 수업을 거부하고 우르르 교실을 빠져나왔다. 낭가하르주에서 시작된 “모두를 가르치거나, 아무도 가르치지 마라”라는 시위 구호가 아프간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RFE는 전했다.

아프간 국내뿐 아니라 미국·유럽은 물론, 튀르키예·사우디 아라비아까지 이번 조치를 강력히 비난하자 탈레반 고등교육부는 “여대생들이 히잡 착용 규칙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결혼식에 가는 사람처럼 옷을 입고 다녔다”며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