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르디스탄 술라이마니야에서 열린 바이크 행사장에서 한 남성이 17세 소녀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트위터

이라크 한 행사장에서 10대 소녀가 복장이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남성 16명에게 집단 공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5일(현지 시각) 영국 미러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란 국적의 17세 소녀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술라이마니야에서 열린 바이크 행사장에 도착한 직후 다수의 남성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단정하지 않은 옷차림으로 바이크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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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소셜미디어에 확산했다. 영상 속 소녀는 치마를 입고 민소매 위에 긴팔 카디건을 걸친 차림으로 등장한다. 이어 사람이 없는 쪽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그러자 소녀 뒤를 수십 명의 남성 무리가 괴성을 지르며 쫓아간다. 그중에는 10세 미만으로 보이는 어린이도 있었다.

이후 찍힌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한 남성이 소녀의 등을 발로 차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 모습을 다른 여러 남성들은 지켜보기만 했다. 힘없이 밀린 소녀는 앞에 세워진 자동차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환호성을 질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다행히 소녀는 큰 부상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시 소녀를 돕던 한 남성은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다. 현지 경찰은 사건과 연루된 남성 16명을 체포하고 이들로부터 각종 흉기들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해당 행사에 참석한 남성들은 “바이크 경주보다 여성에게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여성의 참석을 반대했다고 한다.

정부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불명예스러운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쿠르드 의회 의장 레와스 파에크는 트위터를 통해 “단순히 레이스를 즐기고 싶었던 평범한 소녀를 남성들이 공격한 것은 우리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야만적인 방식이 표출된 것”이라며 “이런 야만성에 침묵하는 사회나 당국은 빠르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