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 라프산자니(60)가 ‘히잡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고 이란 반관영 메르통신 등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파에제는 지난해 9월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테헤란에서 체포됐다.
파에제 측 변호인은 이날 “작년 9월 체포돼 ‘폭동 선동’ 혐의로 기소된 파에제가 1심 재판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인은 “파에제가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며 향후 형량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1996~2000년 국회의원을 지낸 파에제는 지난 10여 년간 이란의 인권 문제를 공개 비판하는 등 반정부 행보를 보였다. 서방과 이란의 핵합의 복원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해 5월에는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혁명수비대에 대한 테러 단체 지정 해제를 요구하자, “국익을 해친다”고 규탄해 반체제 선동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2년에도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6개월 동안 복역했다.
그의 아버지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이란 대통령을 지냈다. 미국 등 서방과 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등 이란의 대표적인 개혁파 인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이슬람 보수 강경파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큰 갈등 없이 권력을 유지했다.
이란 당국은 최근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사형 선고와 집행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처형된 이는 모두 4명이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현재 시위 참가자 17명이 사형을 선고받아 집행을 앞두고 있으며 이 중엔 여성도 1명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