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카운티 보안관실 트위터 계정에 공개된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 /LA 카운티 보안관실 트위터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 LA(로스앤젤레스) 근교 댄스 교습소에서 총기 난사를 벌인 용의자가 인근 장소에서 추가 범행을 벌이려 했으나 시민 2명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

22(현지 시각)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총기난사범 휴 캔 트랜(72)은 전날 오후 10시 20분쯤 LA 카운티 소도시 몬터레이 파크 댄스 교습장인 ‘스타 댄스’에서 첫 번째 범행을 벌이고 약 20분 뒤 인근 앨햄브라의 댄스 홀 ‘라이라이 볼룸·스튜디오’에서 두 번째 범행을 시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지역 주민 2명은 트랜에게 달려들어 그의 총기를 빼앗아 저지했다. LA 카운티 보안관 로버트 루나는 브리핑에서 이 시민들에 대해 “나는 (이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랜이 두 번째 범행에 쓰려다가 뺏긴 총이 대용량 탄창이 달린 반자동 공격용 권총이었다며 “이들은 생명을 구했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시민 영웅 중 한명인 브랜던 차이는 2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용의자는 자신이 누군가를 해치려 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눈빛이 위협적이었다”며 “돈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차이는 “지금껏 살면서 실제 총기를 처음 봤지만 치명적인 무기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원초적인 본능으로 달려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약 1분 30초 동안 트랜과 뭄싸움을 했다”고 말했다.

차이는 트랜이 총기에서 한 손을 떼고 장전 후 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찰나에 총기를 빼앗았다고 한다. 그는 “나는 트랜을 겨누고 ‘가,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트랜은 두 번째 범행 시도가 실패하자 흰색 밴을 몰고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약 35㎞ 떨어진 토런스의 한 쇼핑몰 인근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앞서 트랜은 첫 번째 범행 장소인 몬터레이 파크의 댄스 교습소 ‘스타 댄스’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남성 5명과 여성 5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10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7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에는 위독한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끔찍했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한 50대 중국계 여성은 NYT에 당시 토요일 저녁을 맞아 100여명의 회원들과 댄스 교습에 참가한 가운데 갑작스러운 총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들이 벽면에 설치된 대형 거울을 보며 스텝을 연습하고 있었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처음에는 폭죽이 터지는 줄 알았다”며 “그러나 입구 쪽을 돌아보니 한 남성이 장총을 들고 서 있었다. 그 옆에는 교습소 사장 등 3명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놀라 도망칠 생각조차 못 하고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겼다”며 “다른 회원들도 숨을 수 있는 곳에 피신했다”고 했다. 그는 “총알이 다 떨어진 듯 남성은 잠시 물러났다가 곧 다시 총을 난사했다”며 “그를 보긴 했지만 조명이 어두워서 얼굴을 보진 못했다”고 했다.

현지 경찰은 트랜이 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는지 자세한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