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 마르타 에밀리아 알타미라노(20)의 모습./미러

42년 전 사망한 산악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우연히 빙하 속에서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3일(현지 시각)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아르헨티나 산후안주 세로 메르세다리오의 빙하에서 42년 전 사고로 사망한 마르타 에밀리아 알타미라노(사고 당시 20세)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세로 메르세다리오는 해발 6720m로, 미주 대륙에서 8번째로 높고 아르헨티나에서 2번째로 높은 산이다.

시신은 우연히 산을 오르던 산악인들에게 발견됐다. 세로 메르세다리오의 해발 5000m 지점 빙하에서 발견된 이 시신은 애초 2002년 실종된 독일 산악인으로 추정됐으나 이후 18~30세 사이의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마르타의 가족들은 소지품 및 인상착의 확인한 후 시신이 마르타인 것으로 확신했다. 해당 지역에서 지난 40여 년간 마르타를 제외한 여성 산악인 실종 사고가 접수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1981년 등반 당시 촬영한 마르타의 사진./미러

마르타는 1981년 3월 언니 코리나, 다른 남성 산악인과 함께 세로 메르세다리오 등정에 나섰다. 사고 당시 이들은 해발 5000m 지점에 캠프를 쳤고, 마르타는 그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르타는 그만 발을 헛디뎌 수백 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밤이었던 탓에 코리나 등 일행은 다음 날 오전에야 마르타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또 빙하의 크레바스 때문에 시신을 옮기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일행은 하산해서 당국에 신고한 후 다른 산악인들과 함께 다시 마르타의 시신을 찾으러 산에 갔다. 그러나 이미 시신은 눈에 덮여 찾을 수 없는 상태였다. 이듬해 마르타의 가족들이 산악인들과 두 차례 수색에 나섰지만 이때도 시신을 찾을 수 없었고 이렇게 40여 년이 흘렀다.

부검 결과 마르타는 다발성 부상으로 사망했으며, 시신의 한쪽 발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그가 오르기 힘든 경사면을 오르려다 사망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마르타의 유족은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의 시신을 고향으로 옮길 계획이다. 시신은 화장한 뒤 세로 메르세다리오에 뿌려질 예정이다.

함께 등정에 나섰던 언니 코리나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제야 동생이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며 “동생은 만약 산에서 죽게 된다면 유해를 떨어진 지점에 뿌려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세로 메르세다리오는 이미 동생의 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