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가 ‘하느님’을 표현할 때 ‘그’ ‘아버지’ 등 성별이 드러난 표현이 아닌 성 중립적인 호칭으로 부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영국 성공회는 성별 표현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올해 중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성공회는 성명을 통해 “기독교인들은 고대부터 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왔다”며 “그러나 성경에 나오는 하느님을 묘사하는 다양한 방법이 우리의 예배에 항상 반영되진 않았다”고 했다.
하느님을 표현하는 새로운 성중립적 표현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특히 주기도문에 나오는 ‘우리 아버지’(Our Father)를 대체할 단어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성공회 측은 “더욱 포괄적인 의미의 단어 중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에 기독교 내 진보·보수 진영은 각각의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진보 측은 “하느님을 남성으로 이해하는 ‘신학적 오독’이 많은 지속적 차별과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조장해 왔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반면 보수 측은 ‘하느님 하버지’를 ‘하느님 어머니’로 대체할 수는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한 보수 성향 목사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손들과 관계를 맺는다. 하느님이 ‘어버이’(Parent)로 성중립화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 성공회 대변인은 이번 호칭 변경이 교회법 개정 없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