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 등 경제 파탄 상태인 레바논에서 예금 인출이 막힌 예금주들이 은행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고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에 있는 은행 중 최소 6곳 이상이 예금주들에게 공격당했다. 예금주들은 은행 지점에 돌을 던지고 망치로 유리창을 파괴했다. 지점 출입문에 타이어를 쌓은 후,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예금 인출 허용 촉구 단체인 ‘예금자 절규’가 조직했다. 지난 10일 레바논의 법원이 은행들에게 예금주의 인출을 허용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도산을 우려한 은행들이 이에 따르지 않자 폭동이 격화되고 있다.
경제위기로 2019년부터 사실상 보유 달러화가 바닥난 레바논에서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예금주의 달러화 및 레바논 파운드화 예금 인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금주들은 소송을 하거나 은행에 찾아가 폭력을 써서 예금을 찾아야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총을 들고 은행 창구에 가서 은행원을 협박해 자신의 예금을 찾은 예금주도 있었다.
레바논은 2019년부터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으로 국가 부채가 불어난 데다, 코로나 사태와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레바논의 공식 환율은 1달러당 1만5000레바논파운드지만, 암시장에서는 최근 환율이 일주일 사이에 1달러당 6만6000레바논파운드에서 8만레바논파운드 선까지 올랐다고 A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