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극심한 겨울철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운하는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말라붙었고, 곤돌라와 수상택시는 운영을 중단했다.
20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계속된 가뭄과 썰물로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가 해수면 기준 마이너스(-) 60㎝까지 떨어졌다. 조수 수위가 낮아지는 일은 매년 1∼2월 건조한 날씨 때문에 종종 발생하지만, 운하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낮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오는 24일까지 비 예보가 없어 가뭄 사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수로는 물이 거의 다 빠져 배가 지나다닐 수 없는 정도다. 곤돌라와 수상택시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 사진을 보면, 바닥을 드러낸 수로 위에 배가 놓여 있다. 평소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도 영업을 중단한 채 수로 한쪽에 세워져 있다. 응급환자나 화재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수로를 통한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베네치아 운하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다른 강과 수로들도 물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레감비엔테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포 강은 예년 이맘때보다 물이 61% 줄어들었다. 포 강은 알프스산맥에서 아드리아해까지 이어지며 이탈리아 농업 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지난해 7월 7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닥쳤을 인근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비가 많이 내려야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시밀리아노 파스키 이탈리아 국립 연구소(CNR) 기후전문가는 “이탈리아는 2020년부터 겨울철 물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며 “북서쪽 지역에서 강수량이 500㎜ 더 필요하다. 50일가량은 비가 더 내려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