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거리 연설 중 여성 정치인 에비사와 유키(오른쪽)의 가슴쪽을 만지고 있는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 지사. /유튜브

일본에서 오는 4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범죄 위험에 노출된 여성 출마자들을 위한 상담 센터가 개설됐다.

21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재팬타임스 등에 따르면, 대학교수와 여성정치인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체 ‘스탠바이위민’(Stand by Women)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후보자들에게 무료 상담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괴롭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 등 상담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상담은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주인 4월30일까지 가능하다.

여성 의원을 향한 괴롭힘을 연구해온 하마다 마리 스탠바이위민 대표는 “여성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상담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서가 없고 혼자서 이동하는 지방 의원들일수록 이런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며 “심리적 안전망이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도쿄도 마치다시의 히가시 토모미 시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히가시 의원은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여러 번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면서 “그들은 악수할 때 내 손을 쓰다듬기도 하고, 겨드랑이까지 손을 미끄러뜨리며 신체를 만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히가시 의원은 “남성들이 ‘정치인은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심리를 이용해 여성 정치인이나 후보자들에게 접근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밤에는 만취한 유권자가 끌어안는 일도 있었다”며 “당선 2개월 뒤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을 앓았다”고 했다.

이 센터의 자문을 담당한 조치대 법학부 교수 미우라 마리는 “일본에는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리 교수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민간이라도 상담센터가 설치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거리 연설 중 여성 정치인 에비사와 유키(오른쪽)의 어깨와 가슴쪽을 만지고 있는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 지사. /유튜브

앞서 지난해 6월 일본에서는 한 남성 정치인이 거리 연설 중 옆에 서 있던 여성 정치인의 신체를 만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노세 나오키(75) 전 도쿄도 지사는 도쿄 무사시노시 기치조지역 앞 거리 유세 도중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정치인 에비사와 유키(48)의 어깨, 가슴 등을 손으로 만졌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면서 “성추행”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노세 전 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솔했다. 앞으로 주의해 행동하겠다”고 사과했다. 에비사와 또한 “이노세 전 지사와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노세는 이 사건 이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