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생일이 같은 한국 여성 2명이 미국 연방정부 실수로 같은 사회보장번호(SSN)를 발급받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현재는 문제가 해결됐지만, 이들은 은행 계좌가 폐쇄되고 신원 도용 의심까지 받는 등 5년간 곤욕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 시각) NBC 뉴스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A(31)씨와 시카고 외곽에 사는 B(31)씨는 각각 2018년 6월과 7월에 미국 사회보장국(SSA)으로부터 사회보장카드를 발급받았다.
문제는 두 사람이 발급받은 SSN이 같았다는 점이다. SSN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하게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개설 등 현지 경제 생활에 필요한 개인 식별 번호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한국에서 태어난 장소만 다르고 성과 이름, 생년월일이 똑같아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이들의 은행 계좌가 폐쇄되고 신용카드도 차단되는 일이 일어났다. 또 다른 사람의 신원을 도용했다는 의심까지 받아야 했다.
그렇게 5년간 고충을 겪던 두 사람은 최근에야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A씨는 지난 4일 신용카드 정지 사유를 알아보기 위해 LA에 있는 거래 은행을 방문했다. 그는 바로 이곳에서 B씨가 남겨두고 간 메모 한 장을 발견했다. 자신과 같은 SSN을 사용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연락을 바란다는 내용과 B씨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SSA에 연락해 같은 SSN을 발급받았다고 알렸다. 그러나 당국은 “컴퓨터가 두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답변을 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18일 NBC 뉴스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고 나서야 SSA는 수습에 나섰다. A씨에 대한 SSN은 그대로 유지하고 B씨에게 새로운 SSN을 발급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B씨는 SSA 측으로부터 새 번호가 적힌 사회보장카드를 우편으로 보냈다는 연락과 함께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업 준비 중 전화를 받았다는 B씨는 “SSA 전화라는 것을 알고 당황했고, 뭔가 잘못됐을까봐 약간 겁이 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해결됐다는 소식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SSA가 공식적으로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A씨는 SSA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진 못했지만 더는 B씨와 SSN을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해결돼 기쁘다면서도 “SSA의 실수로 너무 많은 문제들이 생겼다. 여전히 뒤죽박죽인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