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3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를 가정한 뒤 “러시아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1년간 계속된 전쟁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한 채로 ‘특별군사작전’을 중단하면 산산조각 나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지칭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는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전쟁은 끝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 폴란드에서 있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한마디로 전쟁이 끝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추면 전쟁은 끝난다”고 말한 바 있다.
메드베데프는 “그(바이든)는 자국 내부 문제도 많은데 왜 남의 나라 사람들에게 호소하는가. 우리 조국에 대해 증오를 내뿜는 적대적 국가 정치인의 말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있나”라며 “20세기와 21세기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면서 우리를 호전적이라고 비난하는 미국 지도자 말을 러시아 시민들이 왜 믿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러시아가 미국과 체결했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 결정을 언급하며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전 세계, 특히 미국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또 “만약 미국이 러시아를 물리치려 한다면 우리는 핵을 포함한 어떤 무기로도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 명령을 시작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24일 개전 1주년을 맞는다. 현재까지 확인된 양국 군 사망자는 3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정연설을 통해 “대다수 러시아인은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며 “러시아 사회를 분열하려는 서방의 시도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