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애국 집회’에 지난해 폭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우크라이나 자매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25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과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의 축구 경기장에서 지난 22일 열린 애국 집회 콘서트에는 우크라이나인 안나 나우멘코와 안나 카롤리나로 추정되는 자매가 등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러시아군의 폭격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에 나온 자매의 얼굴을 알아본 이웃에 의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행사에서는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도시 마리우폴에서 어린이 367명을 구출했다는 유리 가가린 병사를 소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있었다. 동생 카롤리나와 함께 선 나우멘코가 “가가린 삼촌, 마리우폴에서 내 동생이랑 아이들 수백 명을 구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이웃은 가디언에 “지난해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공세 당시 안나 자매의 모친은 문화센터와 공공기관 건물 지하를 전전하며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다 포격에 변을 당했다”고 했다.
이웃은 “이번 콘서트에 불려 나온 안나와 아이들의 얼굴을 곧장 알아봤다”며 “러시아군과 껴안는 장면에서는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가린에게 모여든 아이들 중 한 명과는 지난해 3월 같은 대피소에서 생활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금전적인 동기나 다른 이유로 이 ‘쇼’에 나서게 된 것 같다”며 “마리우폴의 아이들은 배우가 아니다. (러시아에) 혐오감이 든다”고 했다.
외신들은 ‘관객 동원령’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콘서트 입장권이 일반에 판매되지 않았으며 관람객 대부분은 공공기관, 공기업, 학교 등에서 동원됐다”고 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비슷하게 보이는 버스들이 줄을 지어서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내려주고, 이들이 비슷한 크기의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전통적 풍경이 북한과 비슷하게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콘서트는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조국 수호자들에게 영광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영하 15도의 혹한 속에서도 관람객 수만명이 운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참석했는데, 관람객들은 푸틴의 이름을 연호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우리의 역사적 영토, 우리의 인민을 위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장병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영웅적으로, 용기 있게, 용감하게 싸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