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축구 팬들이 최근 발생한 강진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경기장에 봉제 인형을 던지는 이벤트를 벌였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보다본 경기장에서는 베식타스와 안탈리아스포르의 프로축구 경기가 열렸다. 그런데 전반 4분 17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경기가 돌연 중단됐다. 관중석에서 날아온 수천개의 봉제 인형 때문이다.
당시 중계 영상을 보면, 전반 4분 17초가 되자 관중석에서 함성과 함께 봉제 인형이 무수히 쏟아진다. 경기장은 갖가지 색과 크기의 봉제 인형으로 가득 찬다. 경기 관계자들은 물론 양 팀 선수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봉제 인형을 주워 모은다. 관중석 곳곳에서 튀르키예 국기와 강진으로 피해 본 어린이들을 응원하는 문구, 참사 현장 모습이 담긴 플래카드가 펼쳐진다.
축구 팬들은 지난 6일 오전 4시 17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시각에 맞춰 이 같은 이벤트를 기획했다. 지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과 연대하겠다는 의미다. 봉제 인형들은 지진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보내질 예정이다. 트위터에서는 ‘이 인형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BuOyuncakSanaArkadaşım)라는 해시태그로 축구장에서 봉제 인형을 던진 인증글이 이어지고 있다.
베식타스 구단은 “팬들이 스카프, 베레모, 봉제 인형을 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선물했다”며 “지진 피해 어린이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이 같은 행사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베식타스 수비수 타이이브 사누크(23)는 이번 이벤트에 대해 “팬들이 뜻깊은 행사를 해줘서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는 강진의 상처를 함께 치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일부 팬들은 이번 대지진에서 구조가 지연되는 등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베식타스 팬들은 관중석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