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한 신흥재벌이 내년 자국의 자금 고갈을 예상했다.
3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에너지 재벌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전날 한 경제 콘퍼런스에서 “내년이면 (러시아)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얼마 전 푸틴이 러시아 경제 회복력을 추켜세우며 자화자찬한 것과 대조적이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경제 생산량 규모가 전년 대비 2.1%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1만1300건에 이르고, 외화 보유액 3000억 달러도 이미 동결됐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러시아는 이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품 수입 규모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51% 감소했다. EU는 전쟁 이전인 2020년만 해도 러시아 수출의 38%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국이었다. 게다가 지난 1월 러시아 세입 규모는 지난해 대비 35% 줄어든 반면 지출은 59% 늘어나, 재정 적자 규모가 1조7610억 루블(약 30조3400억원)에 달했다.
데리파스카는 “해외 투자자, 특히 우호적인 나라의 투자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해외 투자가 이뤄질지는) 러시아가 적합한 조건을 형성하고 시장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한편 데리파스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 제재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며 전쟁을 반대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의 제재법(국제비상경제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