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여성 모델이 란제리를 입고 출연하는 것을 검열하자, 남성들이 이를 입고 홍보에 나섰다. /웨이보

중국 남성들이 여성용 란제리를 입고 홈쇼핑 라이브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국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이 란제리를 입고 나오는 방송에 대한 검열에 나섰기 때문이다.

CNN은 7일(현지 시각) 중국 남성들이 여성용 속옷 판매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여장하지는 않았지만, 여성용 란제리를 걸친 채 라이브 방송에 출연했다. 방송을 보면, 남성들은 짧은 머리에 마스크를 낀 채 여성용 란제리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성 흉내를 내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남성 목소리로 란제리의 장점을 설명한다.

관련 업체들이 이 같은 방식의 판매를 시작한 건 중국 당국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 란제리를 입고 출연한 일부 방송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 여성 속옷 판매 업체는 지난 1월 검열 이후 홈쇼핑 방송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타오바오 등 유명 쇼핑몰에도 여성 모델 대신 마네킹이나 남성에 란제리를 입히기 시작했다. 일부 홈쇼핑 라이브 방송에서는 여성 모델이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속옷을 착용하기도 했다. 한 란제리 업체 대표는 “우리는 당국의 규정을 비꼬려는 게 절대 아니다. 모두가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남성에게 란제리를 입힐 바에야 아예 안 입히는 게 낫다” “제품 보고 살 수만 있으면 된다. 남성이 입어본다고 문제 될 것 없다” 등이다. 다만 일부 네티즌은 “당국의 규제로 여성 모델들이 직업을 잃고 있다” “란제리를 남성이 입는 건 되고, 여성이 입는 건 안 되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관련 영상은 530만회 조회되고 4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중국 당국이 여성 모델이나 연예인 등의 신체 노출에 대해 검열을 과도하게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는 중국 여성 황제를 소재로 한 드라마 ‘측천무후’에 나오는 여배우의 가슴골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당시 제작사 측은 해당 여배우 얼굴만 클로즈업해 재편집하는 방식으로 당국의 검열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