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는 모습./AFP 연합뉴스

일본 히로시마현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여직원 A(35)씨는 지난달 밸런타인데이 때 신입 사원들에게 “항상 고맙다”며 초콜릿을 나눠줬다. 그의 직장에선 최근 2년 연속 신입 사원이 줄줄이 퇴사했는데, 다급해진 인사부가 “올해는 절대 신입이 그만두게 해선 안 된다”며 신설한 ‘하루에 한 번 젊은 사원 칭찬하기’ 규칙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A씨는 “속으론 (근무가) 제멋대로인 신입 사원을 지적하고 싶지만, 이들이 반발할까 봐 두려워 비위를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에서 최근 A씨처럼 신입 사원 눈치를 보며 간식을 나눠주는 이른바 ‘과자 외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고쿠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자신의 질책으로 후배가 퇴사할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불러온 현상이다. 후생노동성 최신 조사에 따르면, 일본 대졸 신입 사원 3명 중 1명꼴(31.2%)로 입사 3년 안에 직장을 옮겼다. 고졸 취직자는 36.9%로 더 높았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직장’으로 인식하는 과거 일본의 기업 문화와 달리, 저출산으로 취업 기회가 늘어난 신입 사원이 퇴사나 이직을 더 쉽게 생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입 퇴사율이 갈수록 높아지면, 사수 역할을 하던 중년 직원은 회사에서 압박을 받는다. 퇴사자가 늘어날수록 사 측 채용 부담은 가중되고, 남은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지며, ‘블랙 기업’이란 오명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카야마시 한 직장에선 최근 상사에게 근무 태도 지적을 받은 20대 신입이 사 측에 이를 항의해 상사가 관련 회사로 좌천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곳 남성 직원 B(37)씨는 “존경했던 선배가 단숨에 잘리는 모습을 보며 회사에 대한 불신이 가득해졌다”며 “(위험을 피하려) 젊은 후배의 말엔 ‘좋다’ ‘대단하다’고만 할 뿐 꾸짖지 않고 있는데, 지나친 관대함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고쿠신문은 “회사가 젊은 사람들을 지나치게 응석받이로 만들려 한다”는 불만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막을 연 ‘춘투(春鬪·노사 임금 협상)’를 계기로 일본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재 유출을 막으려 초봉을 올리는 대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20만엔대였던 대졸 신입 월급을 30만엔대로 올렸다. 닌텐도·미쓰이스미토모은행·미즈호은행 등도 속속 임금을 인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