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역에서 10대 여학생들을 겨냥한 독극물 테러가 잇따르는 가운데 당국이 테러 용의자를 추가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의 범행이라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히잡 반대 시위에 참여한 여성을 겨냥한 보복성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11월 이슬람 시아파 성지 콤에서 처음 시작된 독극물 테러가 확산하면서 7000여 명의 학생이 두통과 호흡 곤란, 마비 증세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8일(현지 시각) 이란 국영 IRIB 방송에 따르면 이날 동북부 도시 보즈노르드의 한 학교에서 독극물 테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용의자 한 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조사 결과,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은 독한 냄새가 나는 발화성 물질로 파악됐다. 북호라산주 경찰 당국은 이 독극물을 판매한 상점을 확인했고, 상점 주인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이란 정보부는 후제스탄·파르스·알보르즈 등 6주(州)에서 독극물 테러 용의자 여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한 명은 독극물 공격을 받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의 아버지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용의자는 자신의 딸을 시켜 독극물을 학교에 퍼뜨렸고, 테러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반체제 언론에 유포했다”고 밝혔다. 이란 내무부도 성명을 통해 “체포된 이들은 최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면서 “외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언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번 테러를 히잡 착용에 반대하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을 향한 보복성 공격이라고 추정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최소 290건의 공격이 발생해 최소 7060명의 학생이 피해를 봤다고 집계했다.
한편 이란 검찰은 거짓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개혁 성향 일간지 ‘함미한’과 ‘샤르그’ 기자 등 언론인 다수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온라인을 통해 가짜 뉴스를 유포한 이들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날 “독극물 테러 사건을 가장 먼저 취재해 보도한 알리 푸르타바타바이 기자 등 언론인 약 30명이 억류돼 있다”면서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조나단 다거 RSF 중동 책임자는 “이란 당국은 정부의 치부를 드러내려는 이들을 침묵시키려 하고 있다. 조직적 박해를 멈추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