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중국, 러시아 등 국가의 위협에 맞서 2년간 국방비를 약 50억파운드(약 7조9400억원) 증액한다고 BBC 등 현지 언론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시 수낙 영국 총리실은 이날 이 같은 국방비 증액안이 담긴 통합보고서(Integrated Review)를 발표했다. 총리실은 추가 지출 중 30억파운드(약 4조7600억원)가 미국·호주와의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지원 등에 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나머지 19억파운드는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를 대체하고, 군수품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영국은 장기적인 국방비 목표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2.5%’란 계획을 내놓았다. BBC는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오는 2030년까지 국방비를 GDP 3%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통합보고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인 2021년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9월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고려해 갱신할 것을 지시했다. 영국 총리실의 이번 새 전략엔 러시아의 안보 위협 증대뿐 아닌 중국의 군사·금융·외교 활동에 관한 우려가 감안됐다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보고서 발표에 앞서 수낙 총리는 기자들에게 국방비 증액이 “불안정한(volatile) 국제사회 속 영국이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식량 가격을 급등시키는 등 글로벌 위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봤다”며 “다시는 영국이 적대적 강대국들의 행위에 취약하지 않도록, 경제 안보와 기술 공급망, 정보 등 차원에서 국방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수낙 총리는 BBC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국제질서에 대한 치명적인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들은 국내에선 점점 권위주의적이고, 해외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가 중국 정부를 비판한 수위에 대해 집권 보수당 내에선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나온다고 BBC는 밝혔다. 토비어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이번 국방비 증액은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이 요구했던 규모의 절반쯤”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안도의 한숨을 쉴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은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