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곰돌이 푸와 티거에 빗댄 사진./조선DB

영국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의 홍콩 시사회 및 개봉이 돌연 취소됐다. 홍콩 내 영화관들이 이 영화의 상영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곰돌이 푸: 피와 꿀’의 홍콩 개봉이 무산됐다. 이 영화는 오랜시간 사랑받아 온 캐릭터 곰돌이 푸를 연쇄살인마로 설정한 공포영화다. 지난해 1월 원작의 저작권이 만료돼 상업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되면서 탄생한 작품이다.

배급사 VII필러엔터테인먼트는 당혹감을 표하면서 자신들 역시 취소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배급사 측 대변인 레이 퐁은 “우리는 당연히 매우 실망한 상태이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며 “영화관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 갑자기 상영을 취소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감독 라이 프레이크-워터필드 또한 “뭔가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며 “영화관들이 하루 사이에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4000개가 넘는 영화관에서 상영됐다”며 “홍콩에서만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영화 상영이 취소되자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을 풍자할 때 자주 쓰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 비유는 2013년 미국 방문 당시 시 주석의 모습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푸를 닮았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 로이터통신은 “과거 중국 당국은 이 캐릭터를 검열 대상으로 삼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에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영화는 상영할 수 없다. 매체는 “2021년 새로운 검열법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홍콩 당국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활동을 지지, 지원, 미화, 장려, 선동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홍콩 영화‧신문‧기사 사무소(OFNAA)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배급사가 신청한 대로 승인 인증서를 발급했다”고 선을 그었다. OFNAA 측 대변인은 “승인 인증서가 있는 영화의 상영 여부는 극장의 상업적 결정이다. 우리는 그런 결정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