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부엌 리모델링 중 400년 전 벽화가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2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같은 일은 영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도시 중 하나인 잉글랜드 요크시에서 일어났다. 집주인 루크 버드워스(29)와 그의 파트너 헤이즐 무니(26)는 아파트 내부 부엌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임시 거처에서 생활 중이었다. 그러다 최근 공사 업자로부터 ‘벽 뒤에 그림이 있는 걸 알고 있느냐’는 전화를 한 통 받게 됐다.
버스워스가 아파트로 향했을 때는 이미 새 부엌장이 벽에 설치된 상태였다. 주변에는 인부들이 떼어낸 희미한 그림 조각만 놓여 있었다. 그때 그는 반대편 벽 뒤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해당 아파트가 조지 왕조 때인 1747년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버스워스는 “다른 쪽 벽들 안 공간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며 “그림은 서로 연결돼 있었다”고 전했다. 발견된 벽화의 크기는 가로·세로가 각각 2.7m와 1.2m였고 윗부분은 천장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는 천사가 새장 속에 갇힌 남자의 손을 잡아끄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스스로 역사적 고증에 나선 버스워스는 벽화가 17세기 전반기 시인 프란시스 퀄스의 1635년 작품 ‘임블렘스’ 속 한 장면을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역사적 장소를 관리하는 공공기관 ‘사적(史跡)위원회’에 이 같은 놀라운 이야기를 전했다. 위원회 측은 전문가들을 아파트로 보내 정밀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위원회는 벽화 제작 시기를 프란시스 퀄스의 책이 출간된 1635년과 벽화 유행이 꺾이기 시작한 1700년 사이로 추정했다. 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요크시 아파트에서 17세기 벽화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파트 소유자들이 벽화를 잘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버드워스 커플은 벽화를 훌륭한 실내 장식의 하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