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오는 8월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ICC는 전쟁 중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ICC 회원국인 남아공은 체포 영장을 집행할 국제법상 의무가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각) 나레디 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외무장관은 오는 8월 브릭스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대했다고 확인했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남아공은 8월 22~24일 더반에서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판도 장관은 ICC의 체포영장에 대해 “분명히 우려할 문제”라면서 “각료회의를 열어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텔레그렘을 통해 푸틴을 체포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러시아 연방에 대한 선전 포고로 간주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그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지만, 핵보유국의 수장이 독일 등의 영토에서 체포됐다고 상상해 보자”라면서 “그 경우, 로켓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독일 연방 의회와 총리실을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남아공을 방문한 하자 라비브 벨기에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해달라고 촉구했다. 라비브 장관은 “(남아공의) 러시아와의 강력한 역사적 연결고리를 고려할 때, 평화를 향한 길로 나아가기 위해 남아공이 대화 채널을 사용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분쟁을 종식할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우리는 러시아와의 대화 채널을 계속 열어둘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빈센트 마궤니아 대통령 대변인은 “우리는 정부로서 법적 의무를 인식하고 있다”면서 “지금부터 정상회의 전까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남아공은 대화를 통한 전쟁 종식을 주장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데에 동참하기를 거부해왔다. 지난해 유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 채택에도 기권했다.

남아공은 과거에도 ICC의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를 거부한 적이 있다. ICC가 체포 영장을 발부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2015년 남아공에서 열린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남아공은 알바시르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