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각) 프랑스 보르도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청사 정문이 불타고 있다. /트위터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제9차 시위로 보르도 시청사가 불타는 등 방화와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250여개 지역에서 열린 제9차 시위에 정부 추산 108만 9000명이 참여했다. 시위를 주최한 노동총동맹(CGT)은 350만명 이상이 결집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위는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특별 조항을 사용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연금 개혁을 통과시킨 이후 처음으로 8개 주요 노동조합이 전국에서 개최한 시위였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안은 현재 62세인 정년을 64세로 2년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2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금 개혁 반대 제9차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빈 냉장고 = 절망의 폭력’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날 저녁 남서부 도시 보르도에서는 온종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청 정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소방관들이 신속히 출동해 화재를 진압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정부 추산 11만 9000명, CGT 추산 80만명으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파리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식당·슈퍼마켓·은행 등 창문을 부수고 거리의 공공 기물을 파손했다. 복면을 쓰고 맥도날드를 공격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돌을 던지거나 폭죽을 쏘는 무리를 향해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했으며, 파리에서 33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23일(현지 시각)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연금 개혁 반대 시위. /로이터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과 공항편이 지연·취소되고 정유소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북부 도시 덩케르크에서 시위대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봉쇄하면서 프랑스 남동부와 서부 지역에서 휘발유·경유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시위대가 1터미널 입구를 막는 바람에 차를 타고 이동하던 여행객들이 걸어서 공항으로 향하기도 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172명을 체포했으며, 경찰관 149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북부 도시 루앙에서 엄지손가락을 잃은 여성을 포함해 수십명의 시위대도 부상을 당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사한 섬광탄에 맞아 한 여성이 엄지손가락을 잃었다”고 했다.

프랑스 노조는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국빈 방문해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이동하는 28일 제10차 시위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6일부터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파리의 환경미화원들도 27일까지 파업을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