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65억달러(약21조5000억원)에 미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이하 퍼스트 시티즌스)에 인수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SVB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개장한 뉴욕증시에서 은행 관련주들이 반등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퍼스트 시티즌스가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퍼스트 시티즌스는 자산 규모가 약 720억달러(약93조7000억원)에 달하는 SVB를 약 77% 낮은 가격인 165억 달러에 인수하게 된다. 프랭크 홀딩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계약은 중대한 결정”이라며 “우리는 이 같은 결정이 예금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인수를 두고 “퍼스트 시티즌스의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퍼스트시티즌스의 주가는 54% 폭등해 마감했으며, ‘제2의 SVB”로 꼽히던 퍼스트 리퍼블릭은행 주가 또한 12%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미 금융당국이 비상대출기구 확대를 검토 중’이라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오면서 은행자금 추가 지원이 기대되는 다른 중소 지역은행들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퍼스트 시티즌스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가 있는 중소은행으로, 1898년 문을 열었다. 22개 주에 550개 지점이 있지만 예금의 70% 이상이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몰려 있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 있는 17개 SVB 지점이 이날부터 퍼스트 시티즌스로 이름을 바꿔 영업하게 되면서 캘리포니아 등에서 입지가 커질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미국 상업은행 중 자산 규모 30위였던 퍼스트 시티즌스는 이번 인수로 15위로 올라섰다. 앞서 퍼스트 시티즌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캘리포니아의 테메큘라밸리은행과 콜로라도 유나이티드웨스턴은행 등 파산한 은행 20여곳을 인수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