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이민청 이민자 수용소 건물 외벽이 화재로 검게 그을려 있다. 전날 밤 이 수용소에서 불이 나 지금까지 이주자 40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멕시코 당국은 추방돼 본국으로 가게 된 이주자들이 항의하다가 매트리스에 불을 붙이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 이민청에서 화재가 발생해 구금돼 있던 이민자 40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민청 직원들이 화재를 목격했음에도 쇠창살을 잠가둔 채 현장을 벗어나는 CCTV가 공개돼 유족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AP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30분쯤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이민자 수용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이민청에 수용돼 있던 이민자 40명이 숨졌다. 부상자들도 상태가 심각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설에는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의 국적 이민자 총 68명이 수용돼 있었다.

화재 당시 출입문이 잠겨 있어 사망자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CCTV를 보면, 쇠창살 안에 갇힌 이민자들 뒤로 시뻘건 불길이 거세게 타오른다. 이민자들이 밖으로 꺼내달라며 창살을 발로 차지만, 직원 2명은 이를 외면한 채 현장을 태연하게 벗어난다. 이후 수용소 안은 메케한 연기로 가득 차 아무런 시야도 확보되지 않는다.

멕시코 이민청 직원들이 이민자들이 수감된 시설의 쇠창살을 그대로 잠가둔 채 현장을 떠나고 있다. /@lopezdoriga 트위터

현재 멕시코 당국은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추방돼 본국으로 소환 예정이던 이민자들이 항의 과정에서 매트리스에 불을 질러 발생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모든 조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화재로 사망한 이민자들의 유족과 지인들은 참사 현장 앞에서 정부에 책임을 묻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동참했다. 시민운동 소속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 하원 의원은 “정부와 이민청 과실로 이주자들이 희생된 것”이라며 “그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문을 잠근 게 가장 큰 화근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