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민 여배우로 불리는 아나 오브레곤(68)은 지난달 미국 마이애미에서 대리모 출산으로 ‘딸’을 얻었다. 스페인에선 대리모가 불법이라 현지에선 이 사실이 알려지며 대리모 합법화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오브레곤이 최근 잡지사와 인터뷰에서 딸의 정체를 밝히면서 논란은 윤리적인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딸’이 죽은 아들의 정자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스페인 국민배우 아나 오브레곤이 대리모를 통해 얻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 /잡지 올라

5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오브레곤은 최근 ‘올라’ 라는 잡지사와 인터뷰에서 지난 3월 대리모를 통해 얻은 딸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공개했다. 그는 “이 아기는 내 딸이 아니라 손녀”라면서 “내 아들의 딸이고 그녀가 자라면 그녀의 아버지가 영웅이었다고 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브레곤의 아들 알레스는 27세 나이로 2020년 암으로 사망했다. 알레스는 생전 자신의 정자를 미국 뉴욕에 동결 보존해뒀다고 한다. 죽기 전에 아이를 갖고 싶다는 그의 소망에 따른 것이었다. 오브레곤은 이를 이용해 플로리다에 사는 쿠바계 대리모를 통해 여아를 얻었다는 것이다.

오브레곤은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발언이 담긴 인터뷰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아들아, 널 암에서 구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네가 딸을 세상에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지금 내 품에 안겨 있다”고 적었다. 오브레곤은 또 “내가 그녀(딸이자 손녀)를 안아줄 때, 나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것은 마치 당신(아들)을 다시 안아주는 것 같기 때문”이라며 “내가 주는 무한한 사랑으로 그녀를 돌보겠다고 맹세한다”고 적었다. 새 손녀에게 형제자매를 만들어 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태어난 여아는 법적으로는 ‘손녀’가 아닌 ‘딸’이 맞는다고 한다. 사회철학 평론가 곤살로 벨라스코는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불법은 없지만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믿는다”며 “죽은 아들의 소원을 스스로 해석했으며 그것은 너무 지나쳤다”고 평가했다. 오브레곤은 스페인으로 돌아가기 전에 미국 주재 스페인 영사관에서 ‘자손’에 대한 입양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