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브라 자료사진. /BBC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비행기 조종사가 비행 중 맹독성 코브라 한 마리가 자신의 등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고 비상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와 승객 4명은 다행히 무사했지만, 사라진 코브라는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BBC, AP통신 등에 따르면 경비행기 조종사 루돌프 에라스무스는 지난 3일(현지 시각)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이륙해 동북부 음푸말라가주 음볼벨라로 향하고 있었다. 승객 4명이 탑승해 있던 가운데 그는 갑자기 차가운 무언가가 허리에서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느낌에 주변을 살펴본 에라스무스는 조종석 아래로 꽤 큰 크기의 케이프 코브라 머리가 사라지는 것을 봤다. 케이프 코브라는 아프리카에서 위험한 코브라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물린 뒤 방치하면 강한 맹독으로 인해 마비, 호흡 부전이 올 수 있으며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에라스무스는 “차가운 것이 내 셔츠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엔 물병의 뚜껑이 제대로 닫기지 않아 물이 샌 줄 알았다”며 “왼쪽 아래를 봤더니 코브라 머리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소스라치게 놀란 에라스무스는 진정한 뒤 승객들에게 “비행기에 뱀이 들어왔다. 내 좌석 아래에 있으니 최대한 빨리 지상으로 내려가겠다”고 알리고 비상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그는 남아공 중부 프리스테이트주 벨콤에 무사히 착륙하고 승객 4명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

남아공 중부 프리스테이트주 벨콤에 비상착륙한 경비행기. /AP통신 연합뉴스

착륙 후에는 활주로에서 미리 대기 중이던 소방관과 뱀 조련사 요한 데 클레르크가 비행기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의 코브라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흘간 코브라를 찾아 나섰으나 끝내 뱀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AP통신은 코브라가 벨콤 활주로에서 경비행기에서 내렸는지, 경비행기 내부 어딘가에 아직 숨어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편 남아공민간항공청(SACAA)은 기내에서 맹독을 가진 코브라를 발견하고도 차분하게 비상 착륙한 에라스무스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