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찾아간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총에 맞은 소년 랠프 얄.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한 10대 흑인 소년이 잘못 찾아간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에게 총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경찰은 지난 13일 오후 인근 한 주택에서 총격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쓰러져 있던 흑인 소년 랠프 얄(16)을 발견했다. 얄은 집주인이 쏜 총 2발을 맞고 머리와 팔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조사 결과 얄은 당시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쌍둥이 동생들을 데려오라는 부모의 심부름으로 근처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실수로 ‘115번 스트리트’인 집을 잘못 찾아갔고, 초인종을 눌렀다가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얄이 잘못 찾아갔다가 공격받은 집. 문밖에 시위대가 던진 달걀이 묻어있다. /AP 연합뉴스

총을 쏜 집주인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NYT는 백인이라고 보도했다. 집주인은 사건 직후 체포돼 24시간 구금됐다가 현재 풀려난 상태다. 얄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회복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얄의 가족 측 변호인들은 성명을 내고 “소년이 백인 남성 가해자의 총에 맞았다”며 “카운티 검사와 법 집행기관의 신속한 조사·체포·기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흑인, 가해자가 백인이었다는 점이 알려지자 지역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 주민 수백 명은 전날 사건이 발생한 집 앞으로 몰려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쳤고 ‘초인종을 누르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문구의 팻말을 들기도 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가 가진 정보만으로는 인종적인 동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 사건에 인종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만은 인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