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패션계 자선행사로 불리는 ‘2023 멧 갈라(Met Gala)가 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렸다. 1971년 시작돼 50년 넘게 지속해온 이 행사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모델로 잘 알려진 미국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총괄하는 모금 행사다. 초청받은 배우와 모델, 가수들은 전시 주제를 자유롭게 해석한 자신만의 패션을 선보인다.
턱시도에 드레스를 차려입어야 하는 딱딱한 시상식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엉뚱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 회자될만한 패션계에 영감을 주는 ‘도전적인 의상’이 박수받는다. 리한나, 자레드 레토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인사들이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패션들을 이곳에서 선보이는 이유다.
올해의 테마는 ‘칼 라거펠트: 라인 오브 뷰티’였다. 올해도 유명 스타들은 미술관 계단을 오르는 레드카펫에서 최고의 디자이너로 칭송받았던 칼 라거펠트를 주제로 한 기상천외한 패션들을 선보였다.
◇온몸을 보석으로 장식한 래퍼
그래미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MTV 뮤직 어워드를 모두 석권한 미국의 래퍼 릴 나즈 엑스(Lil Nas X)는 화려한 바디페인팅을 선보였다. 그는 몸 전체에 은색의 페인트를 바르고, 몸 곳곳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을 붙였다. 심지어 목과 얼굴에도 진주 장식을 붙였다. 빌보드는 “고인이 된 칼 라거펠트의 ‘장식이 달린 넥타이핀’이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라거펠트는 생전 넥타이에 항상 화려한 디자인의 핀을 꽂았었다.
◇고양이가 된 조커
레드카펫에 놀이공원에서나 볼법한 고양이 탈을 쓴 사람이 나타났다. 별안간 이 ‘고양이 인간’이 포옹하자 미국의 가수 리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정체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 역할을 맡았던 배우 자레드 레토였다. 레토는 이날 라거펠트가 사랑한 그의 반려묘 슈페트로 변신했다.
◇임신한 여성의 아름다움 극대화한 리한나
가수 리한나는 커다란 꽃송이에 파묻힌 것 같은 드레스를 입고 온몸을 꽁꽁 싸맨 채 등장했다. 여기에 손가락 끝 부분이 없는 장갑, 기다란 속눈썹이 붙은 선글라스로 ‘멧 갈라’다운 패션을 완성했다. 리한나 패션의 진가는 계단을 오르면서 나타났다. 그는 자신을 덮고 있던 외투와 선글라스를 벗었다. 둘째를 임신 중인 리한나는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하퍼스 바자는 ‘임산부라고 해서 자신의 스타일을 감출 필요가 없다’는 리한나 평소의 소신을 드러낸 패션이라고 분석했다. 리한나는 앞서 둘째를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10개월은 긴 시간이다. 그 기간을 즐겨야 한다”며 “패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임신과 모성이라는 것의 의미에 도전하는 옷을 입고 싶다”고 했다.
◇멧 갈라에 초청된 한국 스타들
한국의 스타들도 이 자리를 빛냈다. 배우 송혜교는 라거펠트가 몸담았던 이탈리의 명품 브랜드 펜디의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글로벌 앰베서더로 활약 중인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라거펠트가 1990년 디자인한 샤넬의 드레스를 재해석한 옷을 입었다.
모델 최소라는 라거펠트의 시그니처 룩을 떠올리게 하는 정장에 긴 톰브라운 트위드 코트를 둘러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