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兩岸) 갈등을 겪는 중국과 대만의 대리전으로 주목받은 중남미 내륙국 파라과이 대선에서 친(親)대만 보수 정당인 집권 콜로라도당의 산티아고 페냐(45) 후보가 승리했다.
파라과이 공용어인 스페인어로 콜로라도(colorado)는 ‘붉은색의’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파라과이 집권 보수당 이름이 붉은빛을 띠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1917년 러시아혁명의 붉은 깃발 때문에 적색은 좌파 사회주의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적색이 곧 좌파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색깔의 상징은 시대와 지역별로 다르다”며 “가령 로마에서 적색은 황제가 신성함과 고귀함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한국의 보수 집권당인 국민의힘도 당기(黨旗)에 적색을 쓴다.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2년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꾸며 열정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사용했다고 밝혔었다.
콜로라도는 본래 ‘색깔이 있는’을 뜻하는 형용사다. 영어로 ‘colored’다. 흑백이 아닌 유색(有色)이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파라과이 등 중남미 지역을 점령한 스페인 입장에서는 파라과이 원주민인 과라니족이 붉게 보였을 것”이라며 “중남미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인식이 파라과이·우루과이 등 식민지에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같은 스페인어권 중남미 국가인 우루과이의 콜로라도당도 우파다. 외교부 관계자도 “중남미에서 붉은색은 애국심, 즉 보수의 색깔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번영을 상징한다”(조희문 한국외대 국제법 교수)는 해석도 있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州)의 경우 로키산맥에서 발원한 콜로라도강 일대의 흙·바위가 붉은색을 띠고 있어 1861년 채택된 지명이다. 미국의 서부 개척 전에 스페인·멕시코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스페인어 지명을 쓴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