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에서 13살 소년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학생 8명 등 9명이 숨졌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전날 오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났다. 범인은 13살에 불과한 어린 소년으로, 그는 아버지가 소유하던 총기 두 자루와 화염병 두 개를 들고 교내에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년은 가장 먼저 경비원을 살해한 후 교실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복도에 있던 여학생 3명을 쐈고 이후 역사 수업이 한창이던 교실에 들어가 교사와 급우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경비원 1명과 학생 8명이며, 학생들은 모두 2009~2011년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학생과 교사 7명이 다쳐 치료 중이고 일부는 위독한 상태다.
소년은 범행 후 경찰에 직접 전화해 자백한 뒤 운동장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는 자신을 “진정할 필요가 있는 사이코패스”라고 소개했으며 가쁘게 숨을 내쉬는 등 흥분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또 학교 출입구와 교실 내부를 직접 스케치한 그림을 갖고 있었고, 학급별로 죽이고 싶은 아이들의 이름을 나열한 ‘살인 명부’를 소지하고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조사 중이다.
평소 소년을 알고 있었다는 한 여학생은 “조용하고 착해 보였고 성적도 좋았다”며 “많은 걸 알지는 못하지만 모두에게 그렇게 개방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소년이 범행 전 친구들이 있는 다른 반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지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지만, 세르비아 법에 따르면 14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신치료 시설로 보내질 뿐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대신 소년의 부모가 체포됐다. 이들은 아들을 최소 3차례 사격장에 데리고 간 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에 쓰인 총기는 아버지가 합법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금고에 보관 중이었으나, 소년이 비밀번호를 알아내 빼낸 것이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한편 세르비아는 총기 보유율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국가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명당 39자루의 총기를 갖고 있는데, 민간인 총기 소유 수로 따지면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그러나 엄격한 총기법 덕분에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 등 여러 나라처럼 자주 발생하지는 않았다. 역대 손꼽히는 최악의 사건은 2013년 14명이 살해된 일 등인데, 범인은 모두 성인이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현지 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날 학교 주변에는 대규모 인파가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5일부터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오늘은 세르비아 현대사에서 가장 힘든 날 가운데 하나”라며 “총기 허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총기를 더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