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러시아 최대 국경일이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승리한 날인 5월 9일을 승전기념일이자 최대 국경일로 삼아 해마다 각국 정상을 초청한 가운데 군사퍼레이드와 신무기 공개 행사를 펼쳐왔다.

9일 러시아 승전기념일을 맞아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이 수도 모스크바 중심지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전시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승전기념일 1945년 5월 9일 소련이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념하는 날로, 러시아 최대 국경일이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올핸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 중인 러시아는 올 78주년 승전기념일 행사를 대외적인 과시보다는 국내 행사로 압축적으로 전개했다. 미국과 유럽은 매년 러시아의 승전기념일에 등장하는 신무기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승전기념일 전후로 러시아가 펼치는 대(對) 우크라이나 작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붉은 광장에서 펼쳐지는 승전기념일 군사퍼레이드는 1941-1945년 소련의 ‘대조국전쟁(러시아가 독일에 승리한 전쟁)’ 승리를 기념한 것이다.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매년 열리지는 않았다. 1945년 6월 24일 처음 열렸다. 소련 원수 콘스탄틴 로코소프스키 소련 원수가 총지휘하고 게오르기 주코프 부사령관이 퍼레이드를 주관했다.

첫 퍼레이드 땐 전쟁에 참여한 12개 연합 연대가 결성됐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선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 부대 위주였다. 각 연대는 소련의 전쟁 영웅들과 훈장 수령자 등 1000명이 넘는 최정예 전투원들이 참가했다. 군사퍼레이드에는 군악대 등 1400명이 참가해 웅장함을 더했다. 약 4만 명의 군인과 약 1850대의 군사 장비가 붉은 광장 퍼레이드에 동원됐다. 기상 조건 때문에 전투기 동원은 못했다. 1946년과 1947년 5월 9일은 소련의 공휴일이었지만 퍼레이드는 열리지 않았다. 1948년부터 1964년까지는 승전기념일 행사가 아예 없었다.

제 2차대전 승전 78주년을 맞은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군인들이 크렘린궁 앞 붉은 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붉은 광장 군사퍼레이드가 다시 등장한 것은 1965년 2차대전 승전 20주년을 기념해 소련 정부가 이날을 공휴일로 선포하면서다. 1965년 5월 9일 붉은 광장의 군사퍼레이드에는 처음으로 군대의 깃발이 등장했다. 기수로는 1945년 5월 1일 라이히스탁(독일 국회의사당)에 붉은 깃발을 게양한 소련군 영웅 콘스탄틴 삼소노프 대령, 미하일 에고로프 하사 및 멜리톤 칸타리아 선임하사 등이 나섰다. 행진에 나선 참가자의 3분의 1은 대조국전쟁 참전 용사였다.

이후 군사퍼레이드는 승전 40주년 기념일인 1985년 5월 9일에 열렸다. 이때부터 소련은 본격적으로 군부대 및 현대 전투 장비를 동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과 전투 장비(T-34-85 탱크, 자주포 SU-100, BM-13 카투샤 박격포)등이 등장했다.

1990년 5월 9일 군사퍼레이드에서는 베를린의 트레프토프 공원에 설치된 소련군 기념비 그대로를 재현해 트랙터에 싣고 붉은 광장을 가로질렀다.

붉은 광장의 군사퍼레이드는 소련 해체 이후 1995년 러시아가 승전 기념 50주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95년 5월 9일 붉은 광장에는 1945년의 당시 첫 군사퍼레이드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전쟁 당시 연합 연대와 깃발들이 동원됐으며, 대조국전쟁 당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대거 행렬에 참여했다. 이때부터 러시아의 현대 전투 장비가 동원됐다. 또 러시아의 신예 Tu-95, Tu-160 전략 폭격기 등 전투기 79대와 헬리콥터가 동원돼 위력을 과시했다.

2022년 5월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승전기념일 행사에 2차대전 당시 소련 정규군인 '붉은 군대'의 전투복을 착용하고 등장한 병사들의 모습. 타스연합뉴스

러시아는 1995년 5월 19일 ‘1941-1945년 대조국전쟁 당시 소련의 승리를 영속화한 연방법’을 채택하면서 매년 5월 9일 모스크바, 2차대전 전쟁 당시 영웅 도시, 카스피 함대 본부에서 무기와 군사 장비를 이용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펼쳐왔다.

2005년 승전 60주년 기념일에 참전 용사들이 1940년대 산 군용트럭 GAZ-AA로 개조한 130대의 차량을 타고 붉은 광장을 가로질러 운전했다. 당시 전쟁 상대국인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대규모 독일 대표단이 참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