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설치된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그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한 가수가 지목됐다. 12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가수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패트리엇 영상을 올려 그 위치를 드러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매체 뉴보이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가수 이나 보로노바(Inna Voronova)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된 패트리엇 방공 작전 영상을 올렸다. 그의 아파트 창문에서 찍은 영상이었는데, 보로노바는 이 게시물을 올리면서 자신의 아파트 이름을 태그했다. 보로노바는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이내 영상을 삭제했지만,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텔레그램을 비롯한 러시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영상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네티즌들은 “러시아는 온라인 생중계 카메라를 이용해 키이우를 감시하고 있는데, 어떤 바보가 방공 작전 동영상에 위치를 표시해 SNS에 올리는 거냐” “방공 작전 영상을 SNS에 올리는 인간의 멍청함에 놀란다.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가 어디에 방공시스템을 갖췄는지 알 수 있다”며 분노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보로노바는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경솔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과 집에 있을 때 동영상을 올렸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며 “몇 분 만에 바로 영상을 삭제했지만 영상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매우 사랑하고 빠른 승리를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고 한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보로노바는 5년 전 마약 밀매로 유죄 선고를 받은 키이우 사업가의 전처다. 남편이 체포된 후 보로노바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보석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남편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이혼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킨잘을 동원한 고정밀 타격으로 키이우의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킨잘은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공대함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로, 음속 5배 이상 속도로 날아갈 수 있고 조종이 가능해 추적과 방어가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킨잘을 비롯한 미사일을 모두 요격했다고 반박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간밤 우리 방공군이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6발과 다른 미사일 12발을 요격했다”며 “우크라이나 공군의 또 다른 믿을 수 없는 승리”라고 했다.
하지만,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 일부가 이날 새벽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미사일을 퍼부으면서 패트리엇 포대 일부가 타격을 입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 정부가 패트리엇 시스템의 손상 정도를 평가하고 있다며 손상 정도에 따라 철거 또는 현장 수리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