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재정이 악화되던 시기 남유럽의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들 나라 이름의 앞 글자를 따 ‘PIGS(돼지들)’라는 멸칭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이들 지역에서도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부작용을 낳으면서 친시장 기조와 우파 경제 정책 노선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12월 총선을 앞둔 스페인에서는 5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우파 제1 야당 국민당이 30% 내외의 지지율로, 20%대에 불과한 집권 사회노동당을 앞서고 있다.
2018년 국민당 소속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퇴진한 뒤 집권한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 정권은 급진 좌파 정당 간 연합인 ‘포데모스 연합’과 함께 연정을 꾸렸다. 사회노동당은 원래 중도 좌파 노선이었지만 이 연정으로 인해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 철회 등 포퓰리즘적 색채가 짙은 정책들이 등장했다.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에 되레 돈을 푸는가 하면, 저소득층의 코로나 지원 패키지 재원을 마련한다며 은행과 전력 회사로부터 이른바 ‘횡재세’를 걷기도 했다. 이런 정책들은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켰고,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우파 연정을 통해 집권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강력한 노동 개혁을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2019년부터 시행한 기본소득 제도인 ‘시민 소득’을 ‘포괄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수급액을 3분의 1가량 삭감했다.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약 기간 1~2년에 해당하는 단기 일자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노동 개혁 시행령’도 의결해 발표했다.
포르투갈에선 중도 좌파 사회당 소속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2015년부터 8년째 집권하고 있는데, 그의 경제 노선은 오히려 중도 우파 쪽에 가깝다.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치라는 좌파 정당들의 압박에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망칠 수 없다”고 반박하며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긴축 정책을 고수해 왔다. 재임 기간 국가 부채가 줄어들고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장기 집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