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운동가들이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 비행기 활주로를 막고 개인 항공기 판매 금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일부 항공기 착륙이 지연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23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린피스, 과학자 반란, 멸종 저항, 스테이 그라운드 등 17개 국제 환경단체의 활동가 100여명이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 활주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약 1시간 뒤인 12시40분쯤 경력(警力)이 동원되면서 끝났다.
시위가 열린 제네바에서는 이날부터 항공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유럽 비즈니스 항공 박람회(EBACE)가 열렸다. 환경단체들은 개인 항공기를 운항하면서 필요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니 판매 및 구매를 중단하라는 취지에서 이 같은 시위를 벌였다.
환경단체들은 트위터를 통해 “슈퍼 부자들의 터무니없는 사치를 비난한다”며 “409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박람회에 전시된 항공기에서 배출된다. 이는 자동차 1만4700대가 일주일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보안이 취약한 울타리를 넘어 활주로까지 들어갔다.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보면, 연두색 조끼를 입은 활동가들이 울타리를 부숴가며 활주로로 진입했다. 보안요원이 당황한 듯 이들을 막아봤지만, 활동가 수가 워낙 많아 속수무책이었다. 활동가들은 활주로 한가운데까지 진입한 뒤 항공기 앞에 앉아 “기후 정의!”를 외쳤다. 이들이 든 손팻말에는 ‘개인 항공기를 금지하라’ 등의 문구가 담겼다. 공항 관계자 및 보안요원이 말려봐도 소용없었다.
이 과정에서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해 입출국이 지연되고, 보안요원 일부가 다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공항 및 박람회 관계자들은 환경단체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제네바 국제공항 샌디 뷰샤 대변인은 “약 1시간 동안 출국 및 입국 항공편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며 “7개 항공편은 우회했고, 나머지는 아예 이착륙을 하지 못해 지연됐다”고 했다. 박람회 주최 측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형태의 시위”라며 “업계는 지난 40년간 탄소 배출량을 40% 줄였으며, 2050년까지 제로 배출량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시위에 가담한 활동가 중 약 80명이 구금된 상태다. 제네바 국제공항 측은 이들에 대해 형사 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