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6일 홍콩의 국제공항에서 캐세이퍼시픽 승무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승무원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중국 본토 승객을 차별했다는 주장이 중국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캐세이퍼시픽은 사과문을 내고 문제가 된 승무원들의 업무를 정지시켰다.

로이터 통신과 홍콩 더스탠더드 등에 따르면 캐세이퍼시픽은 23일(현지시각) 비영어권 승객들에 대해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한 승무원들의 업무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캐세이퍼시픽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사과했다.

항공사 측은 “중국 남서부 청두(成都)에서 홍콩으로 가는 CX987편 승객들의 경험이 광범위한 우려를 야기시켰으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승무원들을 정직시키고 내사에 착수했다. 규정과 직업윤리를 위반한 ‘부적절한 언행’은 확인 후 엄중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논란은 앞서 CX987편에 탑승했던 한 승객이 소셜미디어에 승무원들이 승객을 험담하는 음성이 녹음된 동영상을 올려 시작됐다.

이 승객에 따르면 당시 승무원들은 영어로 담요(blanket)를 몰라 카펫(carpet)을 달라고 말한 한 승객에게 “영어로 담요를 말할 수 없다면 담요를 받을 수 없다. 카펫은 바닥에 깔려 있으니 눕고 싶다면 얼마든 누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둥화(캔토니즈)를 못 알아듣는 승객에 대해 “그들은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들어”라고 놀리며 영어와 광둥화로 대화했다. 중국 표준어는 푸퉁화(만다린)이며 남부 광둥성과 홍콩에서는 광둥화를 구사한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중국 온라인상에선 거센 비판이 일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도 캐세이퍼시픽 비판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캐세이퍼시픽의 기업 문화가 “외국인을 숭배하고 홍콩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본토인들은 깔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캐세이 퍼시픽은 매번 사과만 할 수는 없다. 강력하게 시정하고, 규칙과 규정을 제정해 불건전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홍콩의 만다린어 수준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영어를 숭배하고 만다린어를 무시하는 역풍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