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북동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벨고로드가 공격을 받았다. 이틀 동안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인 이들의 정체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왔다.
이들 무장세력은 지난 22일 장갑차까지 동원해 벨고로드 지역에 침투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 본토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교전이다. 현지 마을의 농장과 건물 등이 부서졌고, 주민들이 급하게 대피하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교전은 다음날인 23일 일단락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대테러작전 과정에서 테러리스트 70여명을 사살하고, 장갑차 4대, 차량 5대를 파괴했다”며 “잔당들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각) 가디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 가담한 무장세력은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군단’(RVC) 소속 민병대원으로 알려졌다. 이들 민병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민병대 지휘관들은 이날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북부의 한 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추가 공격을 경고했다. RVC의 지휘관 ‘화이트 렉스’(암호명)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은 꽤 길다”며 “(교전으로) 다시 뜨거워지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관들은 이번 공격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들은 “우리는 러시아의 군사·정치 지도부가 공격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가 행동에 나서자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 언론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신(新)나치주의자들인 러시아인들이 주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화이트 렉스는 “나는 우파이기는 하지만 파시스트는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돕고, 러시아 내부에서 푸틴 정부에 대항하는 무장 혁명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사전에 이번 공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경 밖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의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화이트 렉스는 “우리가 우크라이나 국경 내에서 한 모든 일은 분명히 우크라이나군과 협의한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국경을 넘어서 하는 일들은 전부 우리가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우리에게 행운을 빌어주었으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함께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했다.
암호명 세자르인 한 지휘관은 “공격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대응이 느렸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반응이 느렸고, 공황상태에 빠졌고, 무질서했으며 첫 공격 이후 몇 시간 동안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이 전투에서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했으나 정확한 수는 밝히지 않았다.
NYT는 “이번 기자회견은 러시아 미사일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엄격한 시간제한을 지키며 진행됐다”며 “약 40분 후 지휘관들은 픽업트럭을 타고 떠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