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의 체첸군 병사들 모습. /로이터 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전력이 바닥난 와그너 용병단 대신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체첸공화국 수비대(체첸군)를 전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체첸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지난달 30일 텔레그램을 통해 “체첸군이 병력 재배치 명령을 받았다”며 “책임 지역은 도네츠크공화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체첸 병사들은 적극적으로 전투 작전을 시작해 정착촌들을 해방시켜야만 한다”며 “우리 부대는 러시아 총참모부의 지원을 받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튿날 정규군과 체첸군이 함께 마린카 방향으로 진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카디로프는 그간 전선에 제한적으로 발을 담그고 소모적인 전투 참여를 주저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수뇌부는 와그너가 최전선에서 후방으로 철수하는 시점에 맞춰 체첸군을 주요 병력으로 투입하려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체첸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 /TASS 연합뉴스

체첸군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무슬림 지역 출신들로 율법에 따라 턱수염을 길게 기른 모습을 하고 있다. 잔혹한 시가전과 민간인 학살로 악명 높은 체첸 민병대의 후신이다. 지난해 3월 접전지였던 우크라이나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에 일부 투입되기도 했다. 당시 총탄이 빗발치는 거리를 아무렇지 않은 듯 걷고, 민간인 아파트를 향해 웃으며 기관총을 난사하는 영상이 공개된 적 있다. 또 러시아군 탈영병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고문과 사살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을 이끄는 카디로프는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체첸을 통치하고 있다. 그간 푸틴 정권의 비호 하에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왔으며, 이번 전쟁에서도 푸틴을 향한 충성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14~16세인 세 아들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혀 푸틴의 환심을 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