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파치노(왼쪽), 로버트 드니로. /AFP 뉴스1

배우 알 파치노는 최근 29세 연인이 임신하면서 83살의 나이에 넷째 아이의 아빠가 된다. 알 파치노와 절친한 로버트 드니로 역시 지난달 79세의 나이로 일곱 번째 아이를 맞았다. 미국의 의료계 전문가들은 노년기에 아이를 낳는 건 아기에게 건강상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NBC는 최근 10년간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할아버지 아빠’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선천적 결함을 가질 위험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정 암이나 신경발달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뉴욕대 의과대학 교수 아서 카플란은 “노인들이 아이를 낳는 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그들의 아이는 문제가 있을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비뇨기과학회는 남성이 40세가 넘으면 자녀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본다. 로버트 우드 존슨 의과대학의 글로리라 바흐만 박사 역시 “남성은 폐경이 없더라도 여성과 동일한 생식 노화 주기를 겪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2019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구순구개열이나 심장 결함, 자폐증, 조현병, 조울증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소아 백혈병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진은 45세 이상의 아버지를 둔 아기가 34세 이하의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기에 비해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18%, 미숙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14% 더 높다고 했다. 남성의 나이는 임산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45세 이상 남성의 파트너는 25~34세 남성의 파트너보다 임신성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8% 더 높았다.

그러나,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위험성은 달라질 수 있다. 스탠퍼드 의과대학 비뇨기과 교수 마이클 아인스버그 박사는 “절대적인 위험률은 낮다. 개인에 따라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체적인 위험성과 별개로 나이 든 남성이 사회적으로 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바흐만 박사는 “일부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의 의견을 더 잘 듣고, 인생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며 “21살보다 61살에 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를 나중에 갖고 싶은 남성에게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젊은 나이에 정자은행 이용을 고려해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