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러시아 정부가 고용한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으로부터 무기 탈취와 납치,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러 군부 측으로부터 제기됐다.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심복 중 한 명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도 바그너 그룹 공개 비판에 가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의 ‘대공세’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을 키우는 양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 시각) “자신을 ‘러시아 제72 기동소총여단 전직 사령관 로만 베네비틴’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러시아 정규군을 납치, 고문하고 무기를 갈취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로만 베네비틴은 지난 4일 바흐무트에서 철군하는 바그너 그룹 트럭을 향해 총을 쐈다는 혐의로 바그너 그룹에 체포된 후 “잘못을 인정한다”고 공개 선언하는 굴욕을 당했던 인물이다.
그는 동영상에서 “바그너 그룹은 우리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로 이동한 첫날부터 안하무인으로 행동했고, 우리를 죽이겠다고 끊임없이 위협하고 자극했다”며 “휘하 병사들이 (바그너 그룹에) 조직적으로 납치, 학대당했으며 성폭력에도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이 (여단의) T-80 전차 2대와 기관총 4자루, 트럭 1대와 기갑전투차량 1대를 빼앗아 가기도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바그너 그룹 수장 예프게니 프리고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박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 “베네비틴이 러시아 군부의 요구로 이런 영상 속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흐무트 점령 과정에서 불거진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군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바그너를 비방하려는 목적으로 과도한 주장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은 올해 초부터 “러시아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탄약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군부 상층부의 무능이 전쟁을 망쳤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놓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프리고진의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프리고진은 급기야 지난 9일 “한 할아버지가 러시아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다”며 푸틴을 겨냥한 듯한 발언까지 했다. 이에 최근 바흐무트에 투입된 체첸군의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바그너 그룹은 약하고 비효율적인 군대”라며 “러시아군 최고사령관(푸틴)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은 삼가라”며 프리고진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