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검찰이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공소장의 핵심 내용은 그의 변호인단인 에번 코코란 변호사가 작성한 메모 등에 기반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뉴욕주 검찰에 기소된 데 이어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연방검찰에도 기소되면서, 그는 형사 공판 출석과 2024년 대통령 선거운동을 동시에 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트럼프가 코너에 몰린 것은 그가 직접 고용했다 관계가 틀어진 변호인들이 등에 칼을 꽂았기 때문이라는 정황도 뚜렷해지고 있다.

미 연방검찰이 지난 9일 공개한 트럼프의 공소장 곳곳엔 ‘트럼프 변호인 1(Trump Attorney 1)’로 기재된 인물이 주요 증거를 제시했다고 나와 있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퇴임하면서 백악관에서 기밀문서를 빼내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여기저기에 쌓아 놓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를 확인하게 된 결정적인 ‘소스(출처)’ 중 하나가 ‘변호인 1′이었다고 적시한 것이다. 공소장에는 트럼프가 이 변호인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들(법무부·연방검찰)에게 말하는 게 좋지 않겠어?”라고 은폐를 제안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공소장엔 실명이 적시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들은 ‘변호인 1′이 에번 코코란(58) 변호사라고 보도했다.

미 일리노이주에서 4선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정치 거물 톰 코코란의 아들인 그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를 거쳐 트럼프의 법률 자문단 추천으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검찰은 코코란의 아이폰에 남은 파일과 메모를 통해 주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메모장엔 트럼프가 미 정부로부터 기밀문서 반환을 요구받았을 때 “누구도 (문서가 담긴) 내 상자들을 살펴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반환을 거부한 내용 등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이 담겼다고 전해졌다. NYT는 “코코란의 메모는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넓고 파괴적”이라고 했다.

지난 3월 맨해튼 지방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 때 핵심 증언을 했던 마이클 코헨 변호사. 그는 약 12년간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역할을 한 최측근이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트럼프가 성인물 여배우 입막음 사건으로 뉴욕주 검찰에 기소될 때 ‘1등 공신’ 역할을 한 사람 또한 12년간 트럼프의 변호사로 일한 마이클 코언이었다. 코언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의 성추문을 폭로하려는 전직 성인물 모델에게 13만달러를 입막음 조로 전달했던 당사자면서도, 당시 상황의 위법성을 검찰에 상세히 진술해 트럼프 기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 일가 및 기업체와 관련한 각종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온 코언은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됐는데도 이를 외면한 트럼프에게 배신감을 느껴 변절했다고 알려졌다.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도 한때 트럼프의 충복으로 불렸지만 대선 패배 후 틀어져 경질되고 나서 ‘트럼프 저격수’로 돌변했다. 바 전 장관은 11일 방송에 나와 “만약 (기소 내용의) 절반만 사실이라도 그는 끝장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