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듣기 위해 워싱턴 DC 의사당에 도착해 있다./AP 연합뉴스

현재 미 연방대법관 구성이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보수 우위임에도, 주로 진보 진영이 찬성하고 보수가 반대하는 ‘소수 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심리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미 사법부가 진영 논리보다는 사안에 따라 유연한 입장을 취해온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18년째 재임 중인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기본적으로는 보수의 가치를 따르지만, 적절하게 진보의 손도 들어주는 등 균형을 맞추면서 대법관들을 이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온건 보수 성향임에도 최근 몇 년간은 잇따라 대법원 내 소수인 진보 편에 섰다. 지난 8일 대법원은 미 앨라배마주의 선거구 개편이 흑인 유권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서 이를 개편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여기에는 진보 성향 대법관 3명 전원에 더해 로버츠 대법원장과 또 다른 보수 성향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까지 총 5명이 동참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2020년엔 불법 이민자 문제에서도 진보 쪽에 선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법 이민자 부모를 따라 온 미성년 입국자에 대한 추방 유예 조치(DACA)를 폐기하려 했으나, 해당 행정명령의 절차상 문제점을 들어 제도를 존속시킨 것이다. 로버츠는 같은 해 루이지애나주가 낙태 시술을 제한한 보수 성향 법률에 대해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는 자유 등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에 기반한 판단도 상당수 내렸다.

사법부 내 ‘이념의 균형추’ 역할을 해온 그는 2021년 미 여론조사에서 입법·사법·행정부 현직 요인 11명 가운데 가장 일 잘하는 인물로 꼽히며 지지율 60%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한 판사를 향해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하자, “우리에겐 오바마 판사도, 트럼프 판사도, 부시 판사도, 클린턴 판사도 없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했다. 미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2020년 9월 진보 성향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고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보수 5 대 진보 4로 분류되던 대법원 이념 지형이 전반적으로 보수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