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마을을 불태우겠다.”
러시아군 병사들이 전초기지로 썼던 우크라이나의 한 건물에 이 같은 내용의 낙서를 남겨놨다고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제2근위차량화소총사단 병사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동부 벨리카 코미슈바카 마을의 한 술집을 초소로 사용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후퇴하기 전까지 4개월여 간 이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병사들이 후퇴한 뒤, 마을 주민들은 이들이 남긴 비인간적인 메시지들을 마주하게 됐다. 술집 벽에는 “즐겁게 놀면 전쟁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다”, “행복한 미소로 외국 마을을 불태울 거다”, “우리 뒤에서 집이 불타고 있다. 타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두라” 등의 글과 웃고 있는 표정의 얼굴 그림 등이 남겨져 있었다.
러시아 병사들은 술집 외벽에 스프레이로 ‘Bar100′이라고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러시아군의 탄약 코드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외벽에는 해골 그림과 ‘평화가 아닌 전쟁을 만들자’(MAKE WAR NOT PEACE)는 글귀가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전쟁 중 점령지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드문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혼란스러운 전쟁터에서 기지 곳곳의 화장실은 낙서장이 됐다”고 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쟁터에서 발견된 낙서는) 성적인 낙서나 특정 군부대, 나쁜 지휘관들에 대한 욕, 집에 가고 싶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며 “그러나 러시아군의 낙서들은 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통의 전쟁 낙서와는 다르게 우크라이나인들을 비인간화하고, 우크라이나 문화를 말살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최근 대반격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반격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까지 7개 마을을 탈환했고, 최소 100㎢의 영토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면서 하루에 겨우 수백 미터만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동영상 연설을 통해 “전투는 치열하지만 우리는 전진하고 있고 그것이 중요하다”며 “적의 손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