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전경./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하버드 대학 의대 영안실 관리자가 해부 실습용으로 기증된 시신 일부를 빼돌려 판매해 혐의로 기소됐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방 검찰은 뉴햄프셔주에 거주하는 세드릭 로지(55)와 그의 아내 데니스 로지(63) 외 5명을 장물 관련 운송,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14일(현지 시각)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하버드 대학 의대 영안실에서 훔친 시신 일부를 매매하는 전국적인 네트워크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기소장에 따르면 세드릭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의대 영안실에서 관리자로 일하면서 2018년부터 올해 3월 초까지 해부를 마친 시신의 머리, 뇌, 피부, 뼈 등 신체 부위를 몰래 빼돌렸다. 그와 공모한 데니스는 훔친 신체 부위를 뉴햄프셔주에 있는 집으로 옮겼다가 캐트리나 매클린(44)과 조슈아 테일러(46) 등 구매자들에게 팔았다.

이들 부부는 2020년 10월 매클린에게 시신 2구에서 빼돌린 얼굴 부위를 600달러(약 77만원)에 판매했다. 2019년에는 테일러에게 1000달러(128만원)를 받고 시신의 머리 부분을 팔았다.

부부를 통해 시신의 일부를 구입한 구매자들은 이를 재판매하기도 했다. 2021년 6~7월쯤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제레미 폴리(41)는 매클린으로부터 시신의 피부를 구매했다. 검찰은 기소장을 통해 이들이 “가죽을 만들기 위해 구매한 피부를 무두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부는 일부 구매자들을 시체 안치소로 데려와 구매할 시신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이 훔친 시신은 해부 실습 등 교육 목적으로 하버드 의대에 기증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해부를 마친 시신은 통상 화장을 거쳐 유족에게 돌려보내지거나 인근 공동묘지에 묻힌다.

1995년부터 해당 대학에 고용돼 일해 온 세드릭은 지난달 6일 해고됐다. 하버드 측은 “이 사건은 하버드 의대는 물론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 기부라는 이타적인 선택을 해준 이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 일로 기증자의 가족들이 겪게 된 고통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방 당국과 협력해 누구의 시신이 피해를 입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외부 전문가와 함께 시신 기증 프로그램과 영안실 정책을 점검하고 보안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