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 ‘비바테크놀로지’가 열린 프랑스 파리 엑스포 전시관에서 14일(현지 시각) 모리스 레비(왼쪽부터) 비바테크 공동의장,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 이영 중기부 장관, 박종욱(오른쪽에서 둘째) KT 사장 등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술 스타트업 모레(MOREH)의 윤도연(오른쪽 끝) 대표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17일까지 열리는 올해 비바테크놀로지 행사는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 사상 최대인 70여 한국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KT

“올해 행사를 ‘한국의 해’로 선언한다. 프랑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

프랑스 파리 대형 전시장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14일(현지 시각) 개막한 ‘비바 테크놀로지(비바 테크)’ 개막 연설에서 장-노엘 바로 프랑스 디지털전환 및 통신부 장관이 한 말이다. 이 행사는 2016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미국 CES와 경쟁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스타트업 및 테크 행사다. 8년째인 올해는 140국에서 2500개 스타트업과 각종 기술 기업이 참여했다. 또 9만명 이상의 투자자와 예비 창업자, 일반 관람객이 방문할 전망이다. 규모 면에서 유럽 최대 수준으로 발돋움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은 올해 행사의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다.

◇”한국이 세계 기술 산업 선도”

바로 장관은 이날 “지난 20년 새 한국은 세계 기술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돋보이는 존재가 됐다”며 “한국은 1만5000개의 혁신 스타트업과 22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갖춘 나라”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올해 비바 테크 행사는 ‘한국’이 핵심 키워드였다. 단일 국가로는 프랑스 다음으로 많은 총 70여 개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메인 전시장 한가운데 창업진흥원과 KT가 함께 운영하는 ‘K-스타트업’ 통합관이 들어섰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기조 연설에서 “전 세계 우수 인재들에게 K스타트업 생태계를 더 개방할 것”이라며 “비자 발급과 창업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한국 스타트업은 첫날부터 투자자와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바드(BARD)’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산업계를 뒤흔드는 ‘파괴적 혁신 기술’로 급부상하면서, 대규모 AI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운영하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모레(MOREH)’ 등에 관심이 쏟아졌다. 비바 테크 공동 창업자인 모리스 레비 퍼블리시스 그룹 회장이 직접 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기도 했다. 윤도연 모레 대표는 “생성형 AI 개발과 서비스에는 수만 개에 이르는 AI 프로세서가 동원된다”며 “오픈AI나 구글 같은 기술력을 갖추지 않은 기업도 복잡하고 방대한 규모의 AI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아드리엘(Adriel)’엔 프랑스와 유럽 대기업의 문의가 쏟아졌다.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디지털 광고·마케팅을 통합해 관리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김효민 아드리엘 부대표는 “세계 최대 럭셔리 기업 LVMH그룹, 생활용품 기업 P&G 등과 만났다”고 말했다. 프랑스 관람객들은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기술에도 놀라움을 드러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은 한국에선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프랑스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프랑스 우정공사 ‘라포스트(La Poste)’가 시연한 우편 배달 자율주행 로봇은 인파 속 사람을 피하지 못해 직원이 나서서 길을 터주는 해프닝을 벌였다.

◇마크롱 “스타트업 육성 정책 업그레이드”

2018년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와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대담을 가졌고,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최고경영자(CEO)가 부스를 도는 모습도 목격됐다. 16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16일 이곳에서 대담 행사를 한 뒤 행사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기업의 혁신과 신기술 투자를 장려하는 ‘친기업 창업 육성 정책’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 기술로 세계 테크 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다”며 “프랑스가 미국과 중국 등 선두 주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그는 “AI 관련 교육과 프랑스의 컴퓨팅 역량 강화, 그리고 (프랑스어에 기반한) 토종 생성형 AI의 개발이라는 3개 축으로 기술 산업 및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도 했다. 또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를 겨냥해 “기업을 일구고, 기술에 투자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시기하고 미워해선 안 된다”며 “나는 욕을 먹더라도 이들의 정당한 성공과 (프랑스 경제에 대한) 재투자를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